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력 살해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 있다. 특히 작년 5월에도 4세 어린이를 성추행했던 범인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 불과 1년이 못되어 다시 이번 사건을 저지른 데 대해 국민들의 경악과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사건으로 재범률이 높은 성폭력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성폭력 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방안이 유력한 대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침 작년 7월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 등은 이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간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여 아직까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대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국회통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이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의는 부진한 것 같다. 이에 본고에서는 이 법안의 골자를 소개하고 이를 둘러싼 쟁점과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도의 성격 이 법안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기를 마친 성폭력범죄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신체에 부착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것은 미국에서 유래한 전자감시제도를 모태로 하고 있다. 전자감시제도는 1977년 미국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Jack Love 판사가 고안하여 1983년 처음으로 사용된 이래 현재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약 10여개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 법안에서 도입하려는 제도는 범죄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장착케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외국의 전자감시제도와 같지만 그 성격은 달리 보아야 한다. 외국의 전자감시제도는 징역형을 대체하는 형벌 수단이다. 즉,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자를 구금하는 대신 주거지에서 생활하게 하되 전자장치를 사용하여 그의 이동범위를 제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교정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범죄자의 사회 복귀에 유리하다는 등의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서 이 법안에서는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형기를 마친 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가 형벌 수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법안 제1조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죄자가 그 형기를 마친 후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중략)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 법안은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를 성폭력범죄를 반복하여 범하거나 상습성등이 인정되는 자에 한정하고 있다(제4조).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이 법안의 전자장치 부착제도는 보안처분의 일종으로 파악된다.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닌 형사제재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제도이다. 형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재라면, 보안처분은 순수하게 장래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적 제재라는 점에서 극명한 차이가 있다. 인권침해 논란 작년에 이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여러 인권단체는 한 목소리로 이 법안을 반대하였다. 인권침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먼저 형기를 마친 사람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여 감시하는 것은 헌법이 금하고 있는 이중처벌이라는 주장이 있다. 우리 헌법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을 말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법안이 도입하는 전자장치 부착제도를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으로 파악하는 한 이중처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물론 전자장치 부착이 사실상 형벌에 해당한다고 평가된다면 결론은 달라질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기존의 형벌 외에 또 다른 형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신상공개보다 강력한 제재라고 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 법안 제3조에서 ‘전자장치의 부착 여부를 타인이 알지 못하도록 고안’하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달리 볼 여지도 있다. 어쨌든 논란거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인권단체는 또 이 법안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범죄 전력자라는 낙인을 찍어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전자장치를 부착하면 그의 이동상황이 국가기관에 감시되므로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틀림없다. 또 아무리 전자장치의 부착 여부를 타인이 알지 못하도록 고안한다고 하더라도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심화시키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침해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모든 국민이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헌법은 ‘국가안전보·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제37조 제2항 전단). 물론 이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으나(제37조 제2항 후단)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성폭력범죄자의 이동상황을 감시하는 것이 자유와 권리에 대한 ‘본질적’침해인지는 의문이다. 지금 세계는 성폭력범인으로부터 사회를 방위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세우는 데 예외가 없다. 스위스는 지난 2004년 위험한 성범죄자를 평생 사회에서 격리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2인 이상의 전문가가 위험하거나 갱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성범죄자의 경우 연령이나 건강상태와 관계없이 종신 구속하는 것이다. 지난 1996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통과된 ‘메건법’은 주민이 주변에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성범죄자가 이사 온 경우 인근 주민들에게 그의 범죄경력과 신상을 통보한다. 통보를 받은 주민들이 성범죄자의 옆 집 문 앞에 “옆집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음”이라는 팻말을 세우고, 그가 일하는 직장에까지 그의 기록을 우송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가 이러하고, 국민적 합의까지 있다면 우리의 인권단체도 이제 인권에 대한 종래의 경직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세계적 추세 그리고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낡은 인권의식을 붙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구한말 조선 선비들의 애처로운 고집을 본다. 이 법안의 문제점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한나라당에서는 “작년에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리 되었을 것 같지 않다. 우선 이 법안은 법원이 성폭력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때에는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2항). 요컨대 작년에 이 법안이 통과되었더라도 이 사건 범인과 같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에게는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없는 것이다(그리고 이 법안의 시행일자는 2007년 1월 1일로 되어 있었다). 또 이 법안은 전자장치를 부착한 성범죄자의 거주지역을 제한하거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보호관찰관이 전자장치에서 발신되는 그의 위치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할 수 있을 뿐이다. 보호관찰관은 전자장치를 부착한 성범죄자의 행위를 통제할 수도 없다(제19조 제2항). 게다가 성범죄자의 위치에 관한 수신자료는 그의 성폭력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및 재판자료의 용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제20조 제1항). 규정이 이렇다보니 전자장치의 부착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교정·교화 또는 재범방지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껏해야 성범죄자의 범죄심리를 억제하는 외에는 재범을 예방하는 효과가 의문시된다. 오히려 이 제도는 재범을 예방하기 보다는 성범죄자가 재범을 저지른 경우에 그를 쉽게 검거하고 유죄의 증거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효과에 무게중심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고작 수사와 재판의 편의를 도모할 뿐이라면 굳이 성범죄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마련할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아무래도 이 법안은 ‘성폭력 재범 방지 대책의 마련’이라는 국민적 요구와 인권단체의 반발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끝에 궁여지책으로 나온 적당한 타협의 소산이 아닌가 싶다. 이 법안이 성폭력 재범의 위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보안처분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자장치가 단순히 성범죄자의 위치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자료가 그의 재사회화 및 사회복귀를 위한 지도·감독 및 적절한 통제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기왕의 보호관찰처분제도와 연계하여 운영되는 것이 가장 좋겠다. 즉,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선고유예·집행유예·가석방 등을 할 때 이와 병행하여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형기를 마친 자에 대해서도 보호관찰 처분과 함께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다. ⓒ 죽림누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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