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 - 그 탄생의 신비
지난 6월 23일 제가 사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에는 직박구리 부부가 작은 둥지를 틀고, 그 안에 2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10시까지도 달랑 알 세 개만 낳아놓고 어미새는 보이지 않더니 12시 쯤 살그머니 다가가보니 어미새가 알을 품고 있네요.
내가 신경이 쓰이는지 쉴 새없이 고개를 돌려 내 동정을 살피느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 애처러워 곧 자리를 떠났습니다.
잠시 후, 다시 들렸을 때 어미새는 날아가고, 덩그러이 알 세 개만 남아있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어미새가 알을 품고 있는지 궁금하여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116호 아저씨 반가운 웃음으로 나를 반깁니다. 그러면서 손짓을 합니다.
새가 알을 한 개를 더 낳아 4개가 되었다네요.
조심스럽게 다가가보니 어미새는 보이지 않고, 새둥지엔 네 개의 알이 덩그러이 놓여있습니다.
혹여 우리들이 들여다보아 어미새가 도망간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니,
아저씨왈, 원래 새들은 4~5개의 알을 낳으며, 둥지를 들락거리며 알을 품거나 먹이를 구하려 나간다고 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머새가 알을 품고있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미새가 없는 둥지는 썰렁해보이기까지 합니다.
6월 24일 화요일 아침 하늘은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한적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참새며, 까치, 수 많은 새들의 합창으로 귀가 따가울 지경이지요.
아파트의 하루는 늘 부산한 새들의 노래소리로 시작됩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4개의 알은 바로 이 숲(?) 속 오른쪽 나뭇가지 둥지 안에 있습니다.
6월 25일, 이 날 서울 하늘은 15년 만에 최고로 대기가 맑았다고 합니다. 무척 무더운 여름, 바람은 쉴새없이 불어와 나뭇잎과 가지를 흔들어도, 어미새는 미동도 없이 네 개의 알을 품고 있습니다.
6월 29일 12시. 간밤에 비가 내렸습니다.
어미직박구리가 걱정이 되었지요. 새벽에 다가가보니 조금도 흐트러짐없이 이 자세로 알을 품고있었습니다.
6월 30일 7시
어미 직박구리가 자세를 약간 바꾸었네요.
위의 사진과 비교해서 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7월 2일 지난 밤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어미새가 걱정이 되었지요.
동이 트자마자 달려가보니 비가 오는 와중에서도 어미새는 꼼짝도 않고 알을 품고있습니다.
7월 3일 어미새는 자세를 달리했습니다.
자세를 바꾼 때문인지 어미새는 이제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똑바로 쳐다봅니다.
비가 개인 뒤인지라 7월의 햇살은 따갑기만 하고,
푸른 단풍나무 잎 사이로 햇살도 궁금했던지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바라봅니다.
어미새의 깃털이 너무나도 부드러워 보입니다.
아마 곧 알이 부화할 때가 된 모양입니다.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쳐다봅니다.
오후 5시 각도를 달리해서 찍어보았습니다.
이제야 어미새의 모습이 확연히 보입니다.
7월 5일 오전 9시 세 마리의 새끼가 탄생했군요. 아직 한 개의 알은 그대로 입니다. 그런데 세 마리가 벗어던진 알 껍질은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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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 마리는 깨어나지 않는지 잠시 뒤, 다시 다가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 경이롭게도 마지막 남은 하나의 알에서 새끼 직박구리가 막 껍질을 벗어 던지고 있군요.
그 감동적인 순간 한 번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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