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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참빛7 2006. 4. 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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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글/저녁노을-
    지천으로 피어있는 분홍빛 진달래
    꽃잎 눈꽃처럼 날리는 벚꽃,
    노랗게 핀 유채꽃,
    산자락을 따라 가지 끝을 물들인 하얀 배꽃
    여기저기서 꽃 잔치가 벌어져 
    온통 봄꽃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이제 각종 그림대회가 많이 열립니다.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도
    얼마 전, 진주성에서 그림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일반부 등
    나이와 연령층에 맞게 참가하여 솜씨를 뽐내는 대회로
    여성백일장과 함께 00은행에서 주최하는 
    올해로 16회 맞이하는 행사였습니다.
    작년부터 참가하여 두 번째로, 백일장에서 나는 미역국을 먹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상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여성백일장의 주제는 '이웃'이었습니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속담도 있듯,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에
    이웃에 대한 소중함은 익히 알고 있기에
    <생명의 은인 좋은 이웃>이란 제목으로 우리 아들 4살 때의
    베란다 화분 올려놓는 곳에 올라서서 빨간 망토 걸치고
    배트맨 놀이를 했던 아찔한 기억을 떠 올리며
    아무소리 없이 11층까지 올라와 뒤에서 안아 내렸던 경비아저씨를
    생각하면서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따뜻한 햇살 받으며
    찬찬히 기억 속을 헤매었습니다.
    그렇게 글을 다 쓰고 원고지를 제출하고 난 뒤 우리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참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할 아들은 보이지 않고
    딸만 열심히 앉아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딸! 아들은 어디 갔어?"
    "다 그리고 놀러갔어요"
    "벌써? 화선지는 어디 있는데 다 그린 그림말이야"
    한국화를 그렸을 아들의 그림을 찾았습니다.
    "선생님이 마지막 손보신다고 가지고 있어요."
    "무슨 말이야?"
    "저기 있잖아요."
    선생님 옆에는 학원 아이들이 다 그렸다는 그림이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하나하나 이젤위에 올려놓고는 마지막 손질을 하였습니다.
    명암도 넣고 터치를 하는 익숙하고 능숙한 손놀림을 하자
    아주 근사한 그림들이 다시 탄생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딸! 왜 안 하고 있어?"
    "나도 선생님이 좀 봐 주면 좋겠는데..."
    "무슨 소리야? 얼른마저 그려~"
    "........"
    "넌 선생님 손 빌릴 생각 말아"
    "알았어요."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림대회를 위해 구도 잡기 좋은
    그릴 만한 곳을 사진을 찍어가서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 사진으로 학원에서 내내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또, 대회에 나가서조차 직접 풍경을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이젤판 위에 그 사진이 턱하니 자리 잡고 있는 ....
    그림은 아무리 연습이라 하지만 내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상상화를 그리는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들은 
    아이들은 곁에 앉아 쳐다만 보고 있는 엄마들의 그림솜씨 대회였고,
    나머지는 실적 올리기 위한 학원선생님들의 그림대회로 보였습니다.
    플래카드에 대상, 금상 무슨 초등학교 이름까지 쓰여
    건물에 펄럭이는 것은 어느 학원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대학교에서 주최하는 그림대회는
    항상 강당이나 교실 안에서 열립니다.
    학부모, 미술선생님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그림을 그릴 학생들만 입장을 시켜 대회를 열어
    진정한 학생들의 솜씨로 심사를 하여 상을 주곤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상을 꼭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봄 향기 가득한 진주성에서 오전을 다 보내고 돌아오는 마음은
    참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나 또한 상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못하고
    무슨 상이 든 받았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욕심 때문이 아닐지...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시길 빕니다.
    
 

 아름다운 진주성
 행사장에서 공짜로 나눠 주는 솜사탕, 긴 기다림의 시작입니다. 맛보기 위한...

 
 명자나무

 

 
끝까지 잘 그려 준, 혼자 힘으로 그려 낸 딸이 대견합니다.
비록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최선 다 했기에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 플래닛으로 초대합니다 ★
 
출처 : 칼럼
글쓴이 : 저녁노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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