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를 맞이한지 얼마되지 않은 1월 18일부터 30일까지
우즈벡에서의 지난 일정을 쭉 돌이켜보니 뽈리따젤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웃음, 감동, 행복, 슬픔...
여러 감정들이 가슴 한 구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
우즈베키스탄으로 가기 위해서 짐을 다 싸놓고 보니 생각보다 정말 많았습니다.
걱정반 기대반으로 한국을 떠난 우리...
타슈켄트 공항까지 무사히 짐을 이끌고 도착!
우리가 생각하여 가져간 준비물을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지고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별 탈 없이 거의 모두 뽈리따젤에 있는 숙소까지 옮겨 왔습니다.^^
아침이 되어 분주하게 준비물들을 챙긴 후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보내게 될
뽈리따젤 학교로 갔습니다.
뽈리따젤은 고려인 마을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모국은 한국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 고려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지요.
눈, 코, 입, 피부색까지.. 한민족이기에 너무나 닮은 우리가 다른 언어를 말하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고려인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는 '한국어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 한국어실 칠판 위에 크게 걸려있던
글귀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민족의 언어는 민족의 자부심이다."
우리는 한국어실에서 첫 수업을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하기 시작 했습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우리의 개인사진을 찍고 다미 선생님들의 소개판을 만들었지요~
'내 얼굴을 기억 해줄까? 내 이름을 기억 해줄까?' 기대하며...
아이들과의 첫 만남!
교실 안에서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바깥보다 더 추웠지만 한국에서 온 낯선
선생님들 때문에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_*
다 같이 일어나 서툰 한국어로 힘차게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해주는데, 찡한 감동이었습니다.
우리 소개를 하고 아이들의 이름도 듣고 우리 맘대로 한 명씩 포옹도 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처음엔 조금 부끄러워 하기도 했지만 교육기간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되자
볼을 입가에 가져가면 자동으로 뽀뽀도 해주더라구요 ^^
카메라를 나눠주고 잃어버리지 않게 이름표도 붙이고 필름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것을 찍을지 몰라 무작정 우리를 찍던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20명의 아이들을 2팀으로 나누고 각각 '작은별', '햇빛들의 소망'이라는 팀 이름을 정했습니다.
뽈리따젤은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곳인지라 이 곳의 아이들은
팀 이름부터도 이렇게나 자연친화적이네요.^^
열심히 팀 게시판을 꾸미는 중인 구잘~
이 곳 아이들에게 느낄 수 있는 서정성, 소박함에 감탄을 금치 못던 날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단체로 사진도 찍었는데, 사실 이 때 까지만해도 서먹하고 서로의 이름도 잘 알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렇게 예쁘게 웃어줄 수가 없었답니다.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눈밭에서 무작정 아이들과 눈싸움도 하고 구르기도 했답니다^^
조용한 새침떼기인줄만 알았던 우리 아이들, 얼마나 짖궂은지, 선생님들에게 사정없이 눈뭉치를 던져서
다미 모두 얼굴에 동상 걸리는 줄 알았다죠~ㅎㅎ
이 날을 계기로 아이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준비해 간 사진으로 '스토리 텔링'을 처음으로 시작해 보았고 쉬운 이해를 위해 우리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죠.
처음에는 많이 어리둥절해했지만 이내 곧 아이들도 실력발휘를 했습니다!
깔깔깔 웃어가며 이리저리 사진을 배열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바깥보다 더 추운 한국어실에서는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었기에
대안을 마련 했습니다. 그곳은 바로 뽈리따젤학교의 선생님이자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을 주신 '나자 선생님댁'이지요~
나자 선생님과 어머님의 배려로 따뜻한 이 곳에 모여 수업을 시작 했어요.
사진만 보아도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하군요~
다미도 다미지만, 아이들이 더 이상 추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너무너무 좋았어요.
앉아있는 분은 현지 코디네이터로 일해주신 든든한 청년 '루슬란'씨에요~
선생님 댁에서의 첫 수업!
사진으로 스토리텔링 한 것을 스토리 보드로 만들어 드디어 첫 영화를 찍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각자 하나의 역할을 주고 싶었기에 감독부터 배우, 슬레이트, 분장 등
파트를 정하여 모두 참여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작은별'팀 첫 카메라 감독 슬라바!! 우리들이 들기에도 무거운 카메라를 번쩍번쩍 잘도 들었습니다.
카메라의 기능에 다들 재미있어 하며 영화 촬영에 집중집중!!
'작은별'팀에서 똑 소리나게 슬레이트를 잘 치던 이라! 언제 봐도 유쾌한 아이였답니다~
이라 못지않게 슬레이트를 잘 쳤던 '햇빛들의 소망'팀 야나!
자세 나온다~!
두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분장에도 신경을 썼던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습니다.
우는 연기를 위해 두루마리 휴지를 붙인 알로샤! 얼굴에 휴지를 붙인 자신도 우스워서 깔깔깔
아이들도 영화를 찍는 내내 깔깔깔~ 뭐가 그리도 재미나서 깔깔깔 웃는지
그 바람에 저희도 늘 함께 덩달아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엄마 분장을 위해 볼터치부터 립스틱까지 화장도 하고, 헤어밴드도 하고 나자선생님 댁에 있는 앞치마도 두른 올레크!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역할을 잘 소화 해냈습니다.
올레크의 여자 분장을 보고 역시나 아이들은 몸이 뒤로 넘어가며 깔깔깔~
언제나 똑소리 나는 사샤! 두번째 영화에서 선생님 역할을 맡아서 열연을 했죠~
다미 선생님 립스틱을 빌려 직접 분장을 하고있는 야나도 보이네요.
'분장상'을 준다면 강아지분장을 한 우리 '려샤'겠죠? 정말 참을 수 없이 귀엽습니다!
이 아이의 '살인미소'에 한국에서 온 모든 사람들이 넘어 갔다죠^^
얼굴에 검댕이칠 하고도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이리나 선생님의 코트와 모자도 한 몫 했습니다~!
영화촬영이기에 실내 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촬영이 이루어 졌는데요,
추운 날씨를 견디며 서로 서먹한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손을잡고 다정히
거리를 걷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손 한번 잡는 연기도 서로 너무 부끄러워해서 얼마나 많은 NG를 냈는지 몰라요~
쑥쓰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모습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예뻐보이던지요..
하루의 수업이 끝나면 4명씩 상을 주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의 특징을 살려 상을 주었어요.
유독, 사진만 찍으면 눈을 많이 감아서 '눈 뜨세요 상'을 수상한 올레크~!
밤에 미리 만들어 놓은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모두 쓰인 상장.^^
마지막 날까지 20명의 아이들 모두가 상을 받을 수 있었죠~
보바는 '분위기 메이커'상 을 받았어요.
상장에 네모난 구멍을 뚫어서 수상기념 사진을 찍을때 저 곳에 얼굴을 내밀고 찍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현상, 인화하여 파일에 정리하여 나만의 앨범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필름에는 앞과 뒤가 있음을 가르쳐 주니 실제로 그것을 확인하려고 열심인 나스쟈!
나스쟈는 앞에 눈물 흘리는 분장을 한 알로샤의 사랑을 듬뿍 받고있지만, 아직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있는 아이랍니다~
알로샤에게 힘내라는 의미에서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한국 속담을 가르쳐 주었더니,
곁에서 그 말을 들은 나스쟈는 싸늘하게 비웃고 말았습니다 -_-;;
각자 찍은 사진으로 '사진일기' 를 만들어 보는 시간!
모두들 숨겨진 그림 솜씨를 발휘했지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는 '그림일기'라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의 일기를 누군가에게 써서 보여주는 일도 없데요.
수업 시작 전, '내 일기를 왜 다른 사람이 보나요?'라고 묻더라구요.
초등학교 시절, 매일 일기를 써서 선생님이 멘트를 달아주시던게 익숙한 우리와는 달리 이 곳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일이었던 거죠.
아이들이 일기를 쓸 때 왜 그리 막막해했는지 뒤늦게 알고서야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미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설명을 듣고 나서는 다들 금새 척척 잘 하더라구요.^^
사진으로 나의 일상, 나의 생각을 표현 해 보는것은 재미있는 작업 이었습니다~
사진일기 완성 후 각 팀에서 몇 명씩 발표를 했는데, 하기 전에는 쑥쓰러워 하더니만
멍석을 깔아주니 발표를 잘 해낸 제냐! 제냐는 알로샤의 누나이기도 하답니다.
눈길에서 만난 하얀 강아지 이야기를 하고 있죠!
아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서 사진으로 어떠한 물건을 미리 찍어놓아
그것을 보여 준 후 사진 속 물건을 찾아오는 '보물찾기' 게임도 했습니다.
그 중 쇠 막대기(?)를 잽싸게 찾아온 알로샤! 선물은 다미 선생님들의 싸인이 들어간
축구공 이었는데 이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뽀뽀'라는 관문이 있어 아이들의 숨넘어가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죠~
부끄러워 하면서도 해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예쁜 아이들...
'보물찾기'는 수업 후 아이들에게 별책부록 같은 즐거움을 주었지요!
밤새 수업준비 한 보람을 느끼게끔 선생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아이들이 너무나 고맙고 그저 예쁠 따름이었습니다.
어느새 친해져 다미 선생님의 안경까지 뺏어서 쓰기도 하고...
이 분이 나자 선생님이세요! 수업준비도 도와주시구, 통역을 맡아 주시기도 했구요!
점심은 항상 나자 선생님 댁에서 먹었는데요,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이 곳만큼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나자 선생님만큼이나 어머님 께서도 열과성을 다해서 한국에서온 우리들에게 영양 보충을 해주셨지요^^ 고려식과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모두 맛 볼 수 있었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살이 빠지면 어쩌나 걱정했던 우리들이 우스울 정도였습니다.
이 곳 아이들에게서 보였던 한국 아이들과의 공통점은 핸드폰을 가지고 사진을 찍거나
게임을 즐겨 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었답니다.
이 사진을 올레크의 핸드폰으로 찍은 우리들 사진!
아이들은 한국말은 서툴지만 한국 동요와 어린시절에 많이 했던 일명 '쎄쎄쎄'도
알고 있었습니다.
"너가 아래 해~ 선생님이 위에 할께"
손짓과 눈빛으로 파트를 나눈 후 빠른 속도 시작 했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율랴의 빠른 손놀림에 지기 싫어 반지가 위로 빠지려고 하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했습니다~
다미 선생님의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지마!
이렇게 예쁜짓만 하는 아이들과 어떻게 헤어질 수 있을까요....
시사회가 다가올 수록 그 동안의 성과물에 대한 기대감과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몰려 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동안에 많은 도움을 주신 목사님을 만나뵙게 되었고,
우연히 아직도 영정 사진을 가지고 계시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쁜시간을 틈타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 전에 교회로 가서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어 드렸어요.
한국말을 잘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도 반가웠고,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 주시기도 했습니다.
사진 한장에 수도 없이 "고맙습니다..", "고마워요...고마워요..." 인사를 해주시는 할머님, 할아버님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뿌듯하고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이틀간의 진행으로 더 많은 분들의 사진을 찍어 드리지 못함에 너무 아쉬웠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십년간 타국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지켜주신 어리신들의 노력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영정사진을 찍어드린 어르신 중 한 분이 사진을 받으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별고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 날의 작은 손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음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 도 모르고 드디어 시사회 날!
창가에는 아이들의 사진으로 꾸민 사진모빌을 달았죠!
자세히 보면 저 모빌의 정체는 양먈을 널어서 말리는 건조대랍니다.^^
맛있는 음식도 한껏 차려놓고!!
특히 저 케익의 맛은 잊지 못합니다....무엇인가 익숙한 맛이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그 맛!
정말 맛있어요~
풍선 사이로 아이들이 열심히 만든 한지전등도 보이네요~ 불을 켜면 그윽하니 정말 예쁘답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우드락으로 만든 액자에 붙이고 벽에 전시도 했습니다.
자유주제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 우리동네를 주제로 찍은 사진들인데 아이들이 찍은 사진 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사했답니다.^^
시사회 사회를 맡은 김 올레크와 제냐!
이 둘은 시사회 전 날 부터 맨트를 열심히 외우며 연습하는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제냐의 성숙미에 모두 놀라기도 했지요.
아이들의 깜짝선물!
갑자기 몇 명의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가더니 옷을 갈아 입고 왔습니다.
저희는 영문을 알 수 없었죠.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더니 아이들은 무대로 나와 춤을추기 시작 했습니다.
연예인 뺨치는 쇼맨쉽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고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우리들을 위해 몰래 연습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특했습니다.
뮤지컬 '그리스'를 연상케 한 정말 멋진공연~
시사회가 지나고 그 다음 날, 한국으로 떠나기 위해 아이들과 힘겨운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벌개진 얼굴과 퉁퉁부은 눈으로 애써 웃으며 저희를 배웅해 주었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와서는 꼬옥 안기고, 또 안아주던지...
눈물을 꾹 참다가 결구 울어버린 위짜도 보이고 말없이 울던 위카도 보이네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편지지를 만들어 편지를 쓰고 한아름 선물을 챙겨 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서툰 한국어로 또박또박'사랑해요'를 쓰고, 더듬더듬 '선생님'을 말하고,
선생님 바르라고 장난감같은 립스틱을 선물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개중에는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가져온 친구들도 있었지요.
말없이 내밀던 쑥스러운 그 손이 아직도 생각 납니다...
모두 웃으면서 헤어질 줄 알았는데.. 눈물을 창피하게 여기는, 씩씩하게만 보이던 남자 아이들까지 울어 울음 바다가 되어버리고...
차 안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부은 눈과 아쉬운 얼굴로 두고두고 손을 흔들던..
모두들 예상 했지만, 예상 했기에 더욱 슬펐던...
차 창 유리에 손바닥을 맞붙이고 마지막 인사를 하던 우리 아이들...
한국에서의 준비기간 동안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은 아이들과의 의사소통 이었습니다.
러시아어라고는 인사말 정도만 알고 있는 우리가 과연 미디어 교육을 잘 해낼 수 있을지...
통역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100% 저희의 의도와 마음이 전해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동안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머니 속에서 손을 따뜻하게 데워서 빨갛게 상기된 선생님 볼을 따뜻하게 해주는 아이들...
먹을것이 있으면 서로 주겠다고 달려오는 아이들...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우리와 함께 또 미디어 교육을 한다는 것이 벅찰 수 있었텐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영화에 쓰일 소품을 챙겨오기도 했던 적극성을 보여준 아이들...
선생님에게 더 쉽게 말을 하려고 손짓, 발짓 다하고 그림까지 그려서 설명하는 아이들...
아이의 답답함을 풀어주지 못할 때에는 오히려 더욱 미안했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오자 그 마저도 필요없이 눈빛만 봐도 서로의 기분을 알아 차릴수 있었죠.
출국 전에 했었던 걱정은 너무나도 한심스러운 것이었고 미디어 교육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아이들 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마음을 주는 법, 작은 것을 사랑하는 법을 아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사진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볼 수 있었고 영화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것,
'나의 이야기'와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기억 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날들이 있었음을 추억 해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 소중한 추억에 지금도, 또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가도 늘 마음 한 구석이 짠할 것 같습니다.
허락된 시간 후에 비록 몸은 한국 땅으로 돌아왔지만,
나와 같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그 곳, 뽈리따젤에 마음을 두고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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