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한국이 참가하는 세계불꽃축제가 여의도 63빌딩 옆 고수부지에서 화려하게 개최되었다. 겨우 3개국이 참가하는 축제를 가지고 세계축제라고 이름 붙인 것이 다소 거시기 하지만 글쓴이는 이 축제를 기다려왔다. 왜냐하면 생후 처음으로 불꽃 사진을 찍으리라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다음』 베스트 블로그 "태양(太陽)"님이 친절하고 시의적절하게도 불꽃사진 촬영방법을 자세하게 올려주었고, 또 DSLR 촬영법에 관한 책을 다시 펼쳐 불꽃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 몇 차례나 읽었다.
2007. 10. 13(토) 저녁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 다다르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행사장소 인근인 여의나루역은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로 인하여 너무 혼잡하므로 여의도 역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것이다. 오늘 교외에 나갔다오면서 교통방송 등 방송을 들어보니 저녁의 축제에 관해 반복해서 알려주면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글쓴이는 한강변 북쪽고수부지로 갈 작정이었기에 여의나루역을 지나 마포역에서 내렸다.
한강 고수부지로 어떻게 접근하는지 몰라 고민하였는데 인파를 따라 가노라니 저절로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마포대교 밑 고수부지로 내려서자 몰려든 수많은 인파를 보고 불꽃축제의 명성과 관심을 실감하였다. 석양을 받아 밝게 빛나는 63빌딩의 우뚝한 모습이 우리의 국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마포대교와 동쪽의 원효대교사이에는 한강변 물위에 설치된 강북강변도로의 거대한 콘크리트구조물로 인하여 불꽃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기에는 부적합하였다.
원효대교 밑을 지나 강변도로의 방해를 받지 않는 지점에 이르자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사진을 찍으려는 삼각대의 물결이었다. 글쓴이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6시였으니까 불꽃축제시작 1시간 30분전이었다. 그런데도 이 한 몸 비집고 들어가 삼각대를 펼쳐 놓을 손바닥만한 장소가 없었다. 최근 사진동호회와 애호가가 많이 늘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줄 정말 몰랐다. 나처럼 내일 모레면 환갑을 바라보는 사람까지 가세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비록 튼튼한 삼각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이들의 무리 앞에서 자꾸만 주눅이 들었다.
18:10분경의 모습
강북강변도로 밑에 운집한 관중들
한강철교까지 길게 이어진 고수부지와 축대에는 서울시민이 전부 이곳으로 운집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장은 어수선하기도 하였고, 또 곧 펼쳐질 불꽃에 대한 기대에 열기로 가득했다. 겨우 화단 쪽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펼쳤지만 앞사람들이 방해가 되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가 좀더 일찍 나오지 않은 것이 불찰이었단 것이다.
글쓴이의 자리에서 바라본 모습
주위는 점점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63빌딩과 그 주변의 시설물들도 화려한 조명을 발한다. 불꽃을 사랑하는 이 땅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기다리며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거나 세상사는 이야기꽃을 불꽃보다 먼저 피운다. 쌀쌀한 날씨에 시민들을 위해 담요를 파는 발빠른 상혼도 한몫을 한다.
여의도의 화려한 모습
원효대교
저녁 7시 30분 드디어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일본 팀의 작품이다. 불꽃은 육안으로 보아야 그 장엄한 광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렌즈를 들어다보고 있으려니 도대체 제대로 감상 할 수가 없었다. 특히 그 동안 사진촬영방법을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를 전혀 응용할 수 없었다. 경험부족이 그 원인이었다.
불꽃 사진이 어려운 것은 언제 아름다운 불꽃이 터질 줄 모른다는 것이다. 불꽃의 궤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해야하는데 약간만 느려도 불필요한 불빛이 들어가게 되고, 또 노출과다가 된다. 그러나 노출이 부족하면 사진이 너무 어두워진다. 이를 제대로 컨트롤 할 줄 알아야 사진 전문가가 될 것이다.
불꽃의 생리를 사전에 알고 그기에 민첩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제1차로 20분간의 불꽃 쇼가 끝났지만 사진을 보니 너무나 한심스럽다. M(manual)모드에 놓고 셔터스피드를 0.5초에서 1/5초 사이에 두고 찍은 사진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완전자동카메라를 불꽃모드에 놓고 찍었더라면 이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아래 몇 장의 사진은 잘못 찍으면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팀이 시연한 제2차의 불꽃 쇼도 어떻게 하면 사진다운 사진 한 장이라도 얻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또 끝나고 말았다. 노출과 셔터스피드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찍어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었다.
이제 한국의 불꽃이 하늘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벌브 모드(bulb mode)로 세팅을 변경했다. 이 모드 촬영을 위해서는 두꺼운 검은색 종이가 필요하지만 나는 바쁜 일을 핑계로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저쪽에 있는 한 사람이 모자를 벗어 렌즈를 가리고 있어 나도 그대로 시도해 보았다. 그렇지만 이 촬영도 쉽지 않았다. 한쪽 손으로 렌즈를 계속 누르고 있어야하고 다른 손으로는 모자를 들고 불필요한 빛이 차단되도록 렌즈를 가리는 일을 반복해야하는 힘든 작업이다.
한 개의 불꽃이 터지고 난 후 어느 정도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두 번째 불꽃이 하늘의 다른 장소에서 터진다면 벌브촬영은 매우 좋은 기법일 것이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화려한 불꽃이 계속해서 터질 경우 언제 렌즈를 가리고 언제 촬영을 해야 할지 몰라 그야말로 어리둥절 하는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원효대교에서 나이애가라 폭포와 같은 환상적인 물줄기를 표현한 불꽃을 마지막으로 축제가 모두 끝났다.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글쓴이는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친 후의 고수부지 위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온 천지에 흩어져 있다. 실종된 양심,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해도 너무 한다. 이래 가지고서 언제 선진문화국민이 될 것인가. 마포대교의 인도(人道)에도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심지어 2,000mm 짜리 대형 페트병도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 발에 계속 차인다.
앞으로 언제 또 다시 불꽃 행사가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기대했던 불꽃 사진을 한 장도 얻지 못해 참으로 허탈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문가는 없는 법. 이제부터는 좀더 요령을 터득하여 보다 나은 사진을 찍도록 내공을 쌓아야하겠다. (2007. 10. 1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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