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한국교회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상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어느 교회 아무개 집사는 주일이면 빠지지 않고 2시간 이상 자동차를 운전해서 어디에 있는 어느 교회에 꼭 출석한다고 하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자랑처럼 회자된다는 것이다. 사실일 경우도 있지만 개중에는 더러 담임목사가 지어낸 소설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야기의 골자를 캐보면 은근히 자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숨은 이면에는 이사를 가더라도 꼭 내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하는 은근한 협박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더 심한 경우 ‘교회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는 식의 노골적인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따지고 보면 하나님이 그의 자녀들이 단지 출석하는 교회를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저주를 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하나님을 모독하는 위험한 발언이지만 성도들은 예외 없이 ‘아멘’으로 설교자의 기를 세워준다. 문제는 성도의 가정이 직장이나 사업상, 혹은 자녀교육 등의 문제로 이사를 했을 경우 새로운 거주지 근처에 갈만한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고충을 목사들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목회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목회를 잘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설교나 교회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잘 하고 있는데 성도들이 뭘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불편한 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막상 거주지를 옮기고도 찾아갈만한 좋은(?) 교회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가 만나는 순전한 성도들 가운데 대다수는 담임목사의 설교가 대부분 성경이 말하는 내용과 많이 동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심한 경우 설교자가 자신을 지칭하여 하나님의 종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하나님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신다는 등의 협박성 설교가 넘쳐난다고 전한다.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각종 전문지식과 학식으로 무장한 오늘날의 한국교회 성도들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것인지 이 또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그런 불편한 진실이 이 땅에 성도의 수는 줄어드는데 목회자의 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에 빠지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에 발표한 ‘2011년 한국의 종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개신교 목사의 수가 2008년에 95,596명이던 것이 2011년에는 140,483명으로 무려 4만 명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명칭과 연락처가 확보된 232개 교단 가운데 118개 교단만이 자료협조를 한 내용이라 하니 명단 확보가 되지 않은 교단들과 자료협조를 하지 않은 다수의 교단까지 합한다면 목회자의 수는 엄청나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목사의 홍수시대’라는 것이다. 홍수가 나면 물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막상 마실 물은 없어 기갈을 면치 못한다. 목사는 홍수를 이루고 있으나 막상 찾아갈 만한 교회가 없어 성도들은 영적 기갈을 겪어야 한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한국교회는 문제가 많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불편한 진실, 어느 때나 편한 진실로 다가 올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