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용식 씨가 유비저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8월 2일 사망했다. 빈소는 일원동 삼성의료원 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됐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전두환 전 대통령 닮은꼴 배우로 익숙한 박용식 씨(67)가 8월 2일 오전 7시 경희의료원에서 타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박 씨의 사인을 유비저균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선교 영화 '시선' 촬영 차 머물던 캄보디아에서 유비저균에 감염됐다. 

고 박용식 씨는 '시선' 촬영을 위해 5월 11일부터 6월 2일까지 캄보디아에 머물렀다. 촬영 막바지 고열과 무기력증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식중독을 의심했다고 한다. 귀국 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 의해 유비저균 감염으로 밝혀졌다. 유비저균은 동남아시아와 호주 북부 지방에 서식하는 미생물이다. 토양이나 식수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사율은 40%에 이르고, 예방 백신은 없다. 국내에서 발병한 사례는 박 씨까지 총 세 건 있었고, 사망 사례는 처음이다. 

'시선'은 어떤 영화

'시선'은 이장호 감독(68)의 신작이다. 이슬람 과격 단체에 피랍돼 배교를 강압받는 선교사들을 다룬 영화로 알려졌다.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과 2007년 샘물교회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이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이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기독교 가치관을 담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영화가 피랍됐던 선교 단체를 미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고 박용식 씨가 '시선'에 출연한 이유는 이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둘은 서울 고등학교 일 년 선후배 사이다. 젊은 시절, 고 하용조 목사의 연예인교회에서 함께 신앙을 키웠다. 최근에는 기독교인실업회(CBMS)라는 단체에서 같이 활동했다. 지인들은 이 감독이 '시선'을 기획하자, 박 씨가 자기 일처럼 나섰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열정을 보였다고 했다. 박 씨와 이 감독은 현지 촬영 틈틈이 한인 교회를 방문해 격려하기도 했다.

고 박용식의 삶

박 씨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 재학 중, TBC 4기 공채 탤런트로 선발됐다. 모태 신앙이었으나, 신앙을 버렸던 박 씨는 고 곽규석 목사를 따라 연예인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전 대통령을 닮은 외모가 문제가 됐다.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4년간 방송 출연 정지를 당했다. 당시 박 씨는 생계를 위해 방앗간을 운영하며 기름을 팔았다. 1991년 전 대통령은 사택으로 박 씨를 초청했다. 자신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5공화국 이후 박 씨는 승승장구했다. 오히려 전두환 대통령 닮은꼴이 전화위복이 됐다. 각종 드라마에서 전두환 대통령 역할을 맡으면서 주가를 높였다.

2000년대 들어 박 씨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자동차 복원 회사 세덴이 성공을 거뒀다. 사업가로 화려하게 성공한 박 씨는 CBMS를 통해 기업 선교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또 쌍문동 염광교회에 집사로 시무하면서 간증 활동도 열심이었다.

   
▲ 빈소에는 연예인, 방송 관계자, 정치인 등 많은 사람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사진 왼쪽은 장남 박세준 씨다. ⓒ뉴스앤조이 이규혁
박 씨는 세 남매를 둔 가장이었다. 장남 박세준 씨는 영화계 종사자로 알려졌다. 딸 박지윤 씨는 KBS TV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박 씨는 평소 아내 김선숙 씨의 건강을 걱정했다. 몸이 좋지 못한 아내가 자신보다 오래 살게 해 달라고 간증 때마다 기도했다고 한다.

박 씨는 유언도 남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에는 연예계·방송계·정치계 등 유명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취재 열기도 높았다. 심경이 어떠냐는 기자 질문에 장남 박세준 씨는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믿기지가 않는다"고 답했다. 아내 김선숙 씨는 오랫동안 가족실에 누워 있었다. 이장호 감독은 충격으로 이틀을 탈진했다 뒤늦게 빈소를 찾았다. 빈소는 일원동 삼성의료원 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8월 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