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숙사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졸업한지는 몇 년 되었습니다.
요즘 매일 같이 입학사정관제 폐지가 검색어로 오르는데, 저는 폐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입학사정관제로 부정하게 들어간 아이들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니면 어떤 특별 한 점이 있나하면, 학교 친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다 함께 6시에 기상 음악과 함께 일어나 점호를 하고, 수업을 듣고, 밥을 먹은 뒤 11시 까지 학교 독서실의 자기 자리에
앉아 자율학습을 합니다. 전교생이 모두 이런 학교의 생활 스케줄에 따릅니다. 단 한명도 기숙사를 나가 살지 않았습니다. 예외야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학년은요. 가끔 몇몇 아이들은 그룹을 만들어 외부 학원에 다니기도 합니다. 개별활동을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여름방학 때도 기숙사 안에서 생활하는
게 원칙입니다.
좀 튀는 애들은 눈에 띄겠지요.
더군다나 우리 학교는 내신 받기가 불리하다보니 특별히 입학사정관제를 준비 하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다니고 아이들은 대학에 가게 되었지요. 제가 본 3명의 입학사정관제 합격생 이야기를
말해보겠습니다.
이 친구는 서울의 이름 있는 대학인 00대학을 '리더쉽 전형' 으로 합격했습니다. 리더쉽전형이라니? 전교생이 200명이 넘지 않고 3년을 같이
살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 애가 리더쉽전형이란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전교 회장도 큰 메리트가 못 된다는 그 전형, 그 친구는 전교 회장은 커녕 3년동안 반에서 부반장 한 번 한 적이 없었습니다. 학교 안
응원단 단장을 반년동안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경력이라기보다는 숨겨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 반년동안 애들이 단장이 제 멋대로라며 다 때려치고, 결국 그 친구 임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응원단은 없어졌으니까요.
그 친구 엄마는 유명했습니다. 돈 많고 교육열 높기로. 일명 '엄청 설치는 엄마'.
그 친구는 공부는 모든 했습니다만 수능을 망했습니다. 삼삼 오오 모여 재수를 한다
지방대를 간다 하는 식으로 고민을 토로하고 있을 때 그 애도 같이 모여 그런 얘기를 했고, 기숙 재수학원에 간다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근데 걔가 어느날부터 다시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외우고 있었습니다.
입학사정관제에 합격하려면, 몇달동안, 아니 몇년동안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하루아침에 자기소개서가 생겨서 그걸 외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합격했습니다.
이 외의 아이들도, 도저히 언제 준비했는지 모르겠는데, 분명 우리랑 서로가 다 보이는 책상에 앉아서 수능 공부만
했는데, 그리고 주체성이라고는 없는 공부벌레, 마마보이였는데, 엄마가 학교에서 설쳐대기 유명한 순서대로
좋은 대학교에 입학사정관제에 합격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취지는 참 좋아요. 정말로 자신이 노력하고 준비해서 들어온 학생도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자리잡기에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입학사정관들의 윤리는 둘째 치고, 대학의
주인이 될 사람, 그 대학에서 공부할, 학생들의 역량이 그 제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제도가 너무 앞서가고 있어요.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이 엄마인지 자식인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에요. 엄마의 돈으로 들어가는 제도인지 본인의 노력으로 들어가는 제도인지. 제가 잘 알고있는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이렇게
허술하고 부정한 제도를, 그 겉보기, 표면적 의미만 높이 사서 점점 인원을 늘리고 있는 이 추세가 기가 막혔어요.
누구를 위한 제도입니까? 대학은 이런 사실을 아나요? 돈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면 편하니까 그냥 두는걸까요?
수능이 제일 공평한 대입제도입니다. 물론 수능도 단점이 많아요. 하지만 현재로써는, 우리나라의 실상에 맞는 것으로는 가장 공평한 제도입니다. 개천에 용난다는 말이 없어진 것은 대학 제도의 지각변동에도 그 원인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문제인 입학사정관제는 당장 폐지 되기는 어렵지만, 점점 축소해야 합니다.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된 대학 입학에 대한 윤리관이 생겼을 때, 한 10년 뒤에나 다시 제대로 시작한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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