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스크랩] 노숙인 출신 이 씨의 용기와 도전을 보라!

참빛7 2008. 10. 9. 22:41

이기선 씨(가명, 58세)는 10년 전 IMF때 사업에 실패했다.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연일 빚쟁이의 독촉에 시달렸다. 결국 집을 뛰쳐나가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가출 후에도 빚쟁이가 두려워 주민등록을 말소시켰다. 노숙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밤엔 추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대낮엔 허기에 지쳐 쓰러져 있기 일쑤였다. 그래도 자존심은 남아있었다. 차마 구걸에 나서지 못한 이유다. 무료배식소를 전전하면서 주린 배를 채웠고, 그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지하철 화장실의 수돗물로 허기를 달랬다.


10년 후 지금, 이 씨는 대형화물차를 모는 운전기사가 됐다. 아직 빚이 해결되지 않아 가족과 결합하지는 못했지만 절망적 상황만은 면했다. 언젠가는 그리운 가족과 함께 다시금 행복한 가정을 꾸릴 꿈에 이 씨는 오늘도 피로를 잊은 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 씨를 상상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이 씨가 다시 일하게 된 건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어느날 이 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은퇴를 앞둔 화물차 차주가 대를 이을 운전기사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 이 씨는 무작정 달려가 “제가 해보겠습니다.”고 호언했다. 차주는 이 씨의 적극적인 태도에 호감을 표했다. 그런데 웬걸? 이 씨에게는 대형차운전면허가 없었다. 여전히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이기도 했다. 면허시험을 볼 수도 없는 처지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씨는 그마져도 간단하게 극복해냈다. 차주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한 뒤 오히려 면허시험 볼 비용을 대달라고 했다. 한 달여 뒤 대형차운전면허를 취득해 차주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의구심이 들어 물어봤다.


“아니, 주민등록 말소자가 어떻게 면허시험을 볼 수 있었나요?”

 

“그까짓 게 대숩니까? 의지가 문제죠. 면허시험 직전에 주민등록을 살린 뒤 (시험을)봤던 거죠.  제발 그 기간에 빚쟁이가 달려들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노숙인 이 씨의 그런 용기와 도전정신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절박했을 것이다. 거리의 척박한 생활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걸 그 자신의 몸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삶에 대한 애착과 재활에 대한 강한 의지도 한몫했음직했다. 한편, 3년 전 참여했던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성프란시스대학 1기 졸업)도 나름 동기부여가 되었을 성싶다. 마침 그 강좌에서 글쓰기 강의를 맡았던 나는 평소 이 씨의 강단을 눈여겨 봐왔던 터였다.


강의시간에 읽었던 책들도 도움이 됐음직하다. 그 중 기억나는 게 <남자의 후반생>과 <죽음의 수용소에서>다. 마흔 이후 재기에 성공했거나 뒤늦게 인생의 꽃을 피운 중국의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소개한 <남자의 후반생>(모리야 히로시 저)은 나이 오십은 삶을 포기하기엔 이른 나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특히, ‘로고테라피’(실존치료)를 주창하며 개인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재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을 헤쳐 나왔던 저자의 경험이 오롯이 녹아있어, 이 씨에게 깊은 공감을 불어 일으켰을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죽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실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유래 없이 높아진 자살률도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운 데다 해소되지 않은 사회적 갈등들이 공중을 둥둥 떠다니며 먹잇감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즈음 한번쯤 삶의 긴장을 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충동에 굴해서는 안 된다. ‘살기가 죽기보다 힘든 세상에서는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기, 노숙인 출신 화물차운전기사 이 씨의 용기와 도전을 보라! 절망적인 상황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의지는 그 얼마나 위대한가. 자살 등의 충동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 씨가 그랬던 것처럼 생각하는 힘, 이성의 힘, 즉 인문정신을 길러야 한다.

 

인문정신은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강단을 박차고 나와 거리로 나선 인문학이 새롭게 빛과 향기를 발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은 철학자 니체를 인용해 이렇게 외친다.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다.”

 

출처 : 시라노의 주책잡기
글쓴이 : 시라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