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스크랩] 동화같은 빠알간 섬 PEI...대서양4편

참빛7 2007. 8. 11. 01:02
 

 

PEI의 상징, 감자밭과 적토.

 

이번 글은 좀 아름답게 쓰고싶다. 그러나 맘뿐이지, 음식을 만들때나 글에 있어서도 양념을 알맞게 버무리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사람이 어디 가겠는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rince Edward Island, PEI로 통칭)는 맘에서도 동화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었다.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아무리 죽여도 PEI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것만 같다. “섬”이 주는 묘한 여운과 소설속 인물 “앤”이 만들어내는 환상이 이런 기대를 키웠는지 모른다.


여행은 사실은 장님 코끼리만지기다. 코끼리의 어느 부위를 만졌냐에 따라서 코끼리의 모양을 조금 더 잡아낼수는 있겠지만, 정작 그것이 코끼리의 전체는 아니다. 어쩌면 온 몸을 훑는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지난번 동물원에서 본 코끼리는 정말 크더라)


PEI에서 우리가 좇은 것은 앤의 발자취였다. 우리는 “초록지붕의 앤”의 소설속 무대를 재현시킨 Cavendish(캐번디쉬)에 여장을 풀었다. 컨페더레이션 다리를 건너 1시간 이상 달리니 작고 이쁜 도시가 나왔다. 큰 길에서 바로 눈에 띄는 머물고 싶음직한 RV 공원을 일단 지나쳐서, 국립공원쪽으로 달려나갔다.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들어간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한 일인 것 같다. 우선 무척 더워서, 트레일러끼리 다닥다닥 붙은 곳에서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주차하기도 편하게 되어있어서 우선 남편이 좋아했다. 공원안에 비치가 있어 얼른 저녁을 해먹고 비치 나들이에 갔다. 으, 그 뜨거운 붉으죽죽한 모래들.


PEI에 들어서면 눈에 확 띄는 것이 “적색”의 땅이다. 감자밭의 가장자리에 남겨진 고랑에는 빨간흙이 도드라져 보인다. 나는 거리를 달리면서 내내 빨간흙을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있었다.


가정집의 드라이브웨이까지 적토로 만들어진 곳도 많았다. 그곳에 비싼돈을 들여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깐 드라이브웨이는 웬지 별로 반갑지 않았다. PEI의 색은 적색이고, 그것을 어기는 주민은 “그 문화를 모르는 외지인”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갈아놓은 밭이 하늘과 닿아있는 것이 보였다.

 

 

사진을 찍고 났더니, 아이들이 돌의 모양이 하트를 닮아있다고 해서 올려본다.

 

 

 이 섬의 농산물로 감자가 유명하다. 길가에 감자사인 표시판이 있었지만, 사지는 못했다는 소식..

 

다음날, “초록지붕의 앤(Anne of Green Gables)”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가 조부모의 손에 양육된 집을 방문했다. 앤이 천애 고아로 매튜와 마릴라 남매의 손에 길러지는 것이 어쩌면 몽고메리의 어릴 적 경험이 녹아든 것 같다. 작가를 소개하는 여직원에게 한 관광객이 질문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 맞습니까?” 똘똘해보이는 흑인계 아가씨는 이 말에 “작가는 앤보다 훨씬 험악한 삶을 살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앤이 입양되어 교사가 되는 부분까지 읽은 나는 앤보다 더 험악했다는 작가의 삶의 무게에 눌린다.

 

몽고메리의 사촌이 현재의 몽고메리 기념관이 된 집 옆에 초록지붕집을 짓고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소설에 나오는 “귀신들린 숲(Haunted Wood)" ”연인들의 길(Lover's Lane)"이란 이름을 붙인 산책로를 통해 앤의 집과 몽고메리의 집을 오갈수 있게 설계했다. 앤의 집은 밝고 넓은 정원을 가진 초록과 하얀색의 집으로 앤의 방에는 앤이 그토록 입고 싶어했던 소매에 뽕달린 원피스가 한곳에 걸려있었다. 이 뽕달린 드레스를 위해서 매튜가 동네 양장점에 가서 주문하던 소설 대목이 생각난다.

 

 

몽고메리가 키워진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 몽고메리는 이곳에서 "앤"을 집필했다. 지금 이곳은 몽고메리의 기념박물관이 되어있다.

 

 왼쪽 끝에 초록지붕집이 보인다. 앤의 꿈과 사랑이 익었던 그녀의 집.

 

 앤의 방 모습, 왼쪽에 뽕소매 드레스가 걸려있다.

 

PEI가 앤을 욹어먹는다고 할만하긴 하다. 왜냐면 샤롯타운의 컨페더레이션 예술센타(Confederation Centre of the Arts)에서는 1964년부터 오늘날까지 “초록지붕의 앤” 뮤지컬이 매년 6월말부터 8월말까지 울려퍼지고 있다. 우리도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하여 그 시간에 맞춰갔는데, 토요일 오후였는데 좌석은 한 70% 정도가 찬 것 같았다. 수요일과 토요일 각각 2번씩 공연하고 저녁시간은 보다 성황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 뮤지컬을 본 사람들이 지금까지 2백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까운 데서 뮤지컬을 본 사람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뮤지컬은 책속의 중요 부분을 잘 발췌하여 꾸몄다. 앤의 자유분방함, 마릴라의 현실주의, 매튜의 앤에 대한 사랑과 수다꾼 동네사람들, 아이들을 배움의 세계로 인도하는 멋진 여선생 등이 잘 조화되어 멋진 노래와 춤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나는 책 읽을때도 매튜의 죽음앞에서 울었는데, 공연에서도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또한 공연속에는 소설의 무대배경이 된 1900년대 전후의 캐나다와 PEI 등 역사적인 사실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앤의 분장을 한 소녀가

관람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말라깽이 주근깨 빨간머리로 대표되는 앤보

다 훨씬 통통하고 보기도 좋았다. ^^

 

샤롯타운 도심, 맞은편으로 예술선터가 보이고, 거리관광을 위한 이층차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 차도 빨간색이다.

 

앤이 피크닉에서 처음 맛본 그 아이스크림에 대한 노래를 들으니, 아이스크림이 귀할 때는 정말 그 맛 한번 보는 것이 아이들의 지상소원이 되었겠단 생각도 들었다. 예술센터앞에는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이란 수식어가 붙은 아이스크림집이 성업중이었다. 평소엔 아이들에게만 사주던 것을 나도 더불어 맛을 보았다. 짜장면 한 그릇 값은 되었지만, 뭐 후회는 없다.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앤의 모양을 한 인형, 책, 기념품등이 샤롯타운 곳곳에서 팔리고 있을 것이다. PEI에 매수된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작가를 존경하여 그를 기념하고,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자연스럽게 그 산업이 발전한 것을 갖고 상업적이라고 하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PEI 주민들은 상업성과 문화보급 사이에서 중용을 갖춰야 그 모든 것이 빛을 잃지않고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센터가 있는 샤롯타운은 PEI의 수도며 항구 도시이다. 이 도시는 캐나다 연방 탄생의 기초가 됐던 첫 모임이 열렸던 곳으로(1864년) 이에 대해 주민들이 긍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술센터의 이름이 컨페더레이션(연방, Confederation)이고, PEI의 또다른 상징, 긴 다리 이름이 컨페더레이션인 것 등이 이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겠다.

 

공연을 끝내고, 아이들은 바다가 부르는지 자꾸 캠핑장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돌아가는 길에 캐번디쉬 다운타운에 나무로 세워진 쇼핑몰에 들렀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짚신처럼 생긴, 발모양 그대로 앞부분이 넓적한 고무신발 크록스(Crocs) 쇼핑을 위해서다. 막내는 예전부터 신고 있었고, 둘째와 남편이 그 전날, 구입했다. 크록스는 아이들로부터 시작, 유행이 퍼져나갔는데, 그 생긴 모양의 촌스러움 때문에(내가 촌스러움의 대명사라 할지라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관광지라 그런지, 모양에 상관없이 편한 것을 찾게 되었다. 큰애와 내가 구입하니 크록스 패밀리가 되었다. 크록스도 진품과 유사품이 있어서 진품의 값이 한 세배쯤 하였다. 둘째는 진품을 우리는 유사품을 샀다.

 

 

크록스 패밀리.. 색깔 만큼이나 모두가 다른 개성..


어스름에 해변가에 가니, 모래사장이 뜨겁지않아 좋다. 달이 떠오를때까지 몸을 쉬게 했다. 막내는 모래를 쌓으며 논다. 둘째와 큰애는 달밤에 온갖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꺼번에 심하게 웃던 날은 이곳 비치에서 였던 것 같다. 아직도 남겨놓은 일정이 있는데, 막내는 이곳에서 더 있다 가자 하였다. 모래사장이 좋은 까닭도 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영 싫은 듯했다.

 

 

공원에서 비치가는 길..

 

 아침해변가..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물에 몸을 담는다.

 

 저녁 해변가.

 

 

붉으죽죽한 모래가 맞나?


그래도 우리는 더 가야한다. 노바스코샤를 남겨두고 그냥 갈수는 없지 않는가? 그것이 빡빡히 일정을 짜서 골고루 봐야 직성이 풀리는 “욕심쟁이 여행법”이라 해도 할 수 없다. 아무리 좋아도 떠나야 한다. 막내의 말에 “쉬는” 여행으로 돌릴까 하는 유혹을 강하게 접는다.


PEI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동화같은 섬”이었다. 빨강머리인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앤”은 뮤지컬에서 이곳 땅을 “평생을 회한으로 살아가는 내 머리색같은 녹슨 철들이 떨어진 것같은 빨간색”이라고 표현했다.

 

황토보다도 더 짙은 적토와 감자밭, 그리고 흰색의 감자꽃.. 작은 집들과 환경을 생각하는 이곳 정부의 배려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에서는 음료수조차도 병음료수였고, 음식물 쓰레기를 위한 “썩는 비닐”을 공원에서 나눠주기도 했다. 제몸을 깨끗이 닦고 살피듯, PEI를 자연 그대로 보존하려는 주민들의 마음이 읽어졌다. 내가 너무 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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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민디가 전하는 캐나다 이야기
글쓴이 : min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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