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상천외’ 가짜 현금인출기

참빛7 2007. 7. 8. 00:23
  • ‘기상천외’ 가짜 현금인출기
  • 중국서 장비 들여와 2대 제작… 전국 돌아다녀
    ‘현금 부족’ 메시지 띄우고 카드 복제해 돈 빼내
  •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입력 : 2007.07.04 01:20 / 수정 : 2007.07.04 10:44
    •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때 돈이 나오지 않고 ‘현금 부족’이라는 메시지가 떴다면 가짜 인출기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기도 한다.

      교도소에 복역하며 알게 된 김모(31)씨 등 8명은 지난 2월 2억원을 갹출해 가짜 현금인출기 2대를 만들었다. 부품과 카드 판독기, 몰래 카메라 등 각종 장비는 중국에서 구입했다. 이를 3~4년 전 국내에서 유통됐던 중고 현금인출기에 장착했다. 이 가짜 현금인출기 윗부분에는 ‘CASH-BANK’란 이름을 붙였고, 아래에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주요 금융기관 목록을 나열했다. 외관상으론 평범한 현금인출기다.

    • ▲ 3일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관들이 증거물로 압수한 가짜 현금인출기와 불법 복제카드 등 범행도구를 공개하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가짜 현금인출기를 제작해 전국 곳곳에 설치한 후 카드정보를 빼내 불법복제 카드를 만든 김모(31)씨 등 2명이 붙잡혔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 하지만 카드를 넣는 순간 순식간에 마그네틱 카드 정보가 컴퓨터에 저장되고, 눌렀던 비밀번호는 번호판 바로 위 몰래 카메라에 녹화된다. 그리고 안에 현금이 없기 때문에 ‘현금 부족’이란 메시지가 뜬다.

      김씨 등은 이런 방식으로 4개월여 동안 가짜 현금인출기를 전국 각지로 옮겨가며 100여 장의 신용카드를 불법 복제, 7000여 만원 상당을 인출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관리가 엄격한 공공기관과 대형시설 대신 중·소형 건물을 주무대로 삼았다.

      수사는 지난달 부산 남구에 사는 회사원 허모(23)씨가 부산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시각에 연고가 전혀 없는 경기도 성남시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99만원이 빠져나갔다고 신고한 데 이어 유사한 신고가 잇따르면서 시작됐다. 부산경찰청은 일당 중 김씨 등 2명을 검거했고 달아난 6명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은 중국에서도 유사한 범행 사례가 포착됨에 따라 범행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여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마그네틱 현금카드는 카드판독기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당신의 손가락을 조심하세요.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당신의 손가락을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짜 현금인출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해 이용자의 카드정보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불법 복제카드를 만든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 광역수사대는 기상천외한 이들의 수법을 공개했다. 현금인출기에서 '사용한도 금액초과'라는 메시지가 뜬다면 누군가 당신의 손가락을 훔쳐보고 있을지도... /김용우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