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에게 신호위반으로 벌금형을 내렸다는 판사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4년전 제가 겪었던 황당무계한 일이 생각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실제 일어났던 일이랍니다. 뻥 아님. 못 믿으면 할수 없고요.--;;; ------------------------------------------------------------------ 저 의사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 그당시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였습니다. 수도권 한 지역 종합병원 산부인과에 파견근무 중이었습니다. (과가 달라도 대학병원에서는 다른과에 파견하는 제도가 있답니다) 낮에 분만실에 있는데, 응급실에서 인턴으로부터 콜이 오더군요. 41세 쌍둥이 산모인데 2시간 전부터 진통이 시작되어 응급실에 내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산부(임신이 처음이 아님) 였고요. 게다가 임신 30주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더욱 최악인 건 산전 초음파에서 복벽 손실이 있는 기형아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임신 주수를 최대한 끌어서 아기가 태어나자 마자 응급수술을 시행할 예정이었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적어도 34주, 몸무게 2 킬로그램은 넘겨야 아기가 숨도 혼자 쉬고, 수술을 해도 성공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1.5 킬로그램도 안되는 쌍둥이 아기가 나오려하는 것이죠. 이런 경우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야합니다. 만약 그 전에 아기가 나오면 거의 100% 사망이죠. 게다가 산모는 출산경험이 있는 경산부라서 일단 발동이 걸리면 애가 나오는건 순식간입니다. 마침 산모의 자궁은 2 센티미터정도 열려있었습니다. 매우 애매한 상황이죠. 정상분만시 본격적인 진통이 막 걸리는 시기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제가 구급차에 산모와 함께 타고 이송을 가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인턴 선생이 함께 갑니다) 오후 3시경, 제법 차가 붐비기 시작하는 시각, 모 고속도로를 경유해서 서울소재 대학병원에 도착하려면, 아무리 밟아도 1시간 반은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구급차 기사는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국도에선 요리조리 신호, 차선 무시하며 시원하게 잘도 달렸습니다. 저는 조마조마하며 5분 간격으로 내진을 시행하며 산도의 진행상황을 살폈습니다. 그럭저럭 진행도 빠르지 않고, 잘만하면 늦지않게 도착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마설마 하면서도요. --;;;; 고속도로에 들어서도 얼마간은 갓길을 이용해 시원하게 잘도 달리더군요. 아차,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톨게이트가 가까워지자 차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갓길까지 차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뷁~ 웬만큼 차들이 비켜주려고 안간힘을 쓰더군요. 하지만 구급차의 속도는 극도로 느려질 수밖에 없었죠. 순간, 저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려했던 가장 최악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것이었죠. 톨게이트를 향해 안간힘을 다해 차가 진행하는 동안 몇번인지 모를 내진을 계속했습니다. 산도가 5센티쯤 열리나 싶더니, 이내 풀크라운(Full crown, 산도가 완전히 열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이런, 쉣~~'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죠. 구급차 기사님도 상황을 눈치 챘는지, 당황해 하며 길을 잘 비켜주지 않는 몇몇 차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더군요. 저는 산모의 산도에서 손을 뺄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불로 덮어 가리고 있어습니다) 엉거주춤 산모 옆에서, 산도를 향해 밖으로 나오려는 아기 머리를 2-3번째 두 손가락을 지렛대 삼아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압권은 따로 있었습니다. 기사님이 갑자기 더욱더 거친 욕설을 내뱉으시길래 바깥 사정을 봤더니 그나마 서서히 갓길을 열어주던 행렬이 갑자기 웬 검은 대형 세단 앞에서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이렌이 앵앵거리고 빵빵 클락숀을 눌러대도 그눔의 차는 복지부동 미동도 하지 않더군요. 급기야는 기사님이 구급차에서 내리더군요. 그리고는 밖에서 한바탕 왁자지껄~ 카랑카랑 한 아줌마 목소리 등등...이 들리더니 다시 기사님이 차에 타시더군요. 다시 한바탕 늘어놓는 욕...... 수위가 훨씬 높아진 걸루 봐선 그 세단에 타고 있던 아줌마랑 한바탕 하고 들어온 모양이었습니다. --;;;; 결국 구급차가 그 세단을 피해가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약 2시간만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연락한 산부인과 레지던트 몇명이 응급실까지 나와있더군요. 저는 역시 엉거주춤 산모의 산도를 손으로 막고 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산모가 누워있는 들것에 들러붙어 기나긴 응급실을 지나 직통 엘리베이터를 타고 분만실까지 가게 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어이가 없고 그때 응급실에서 마주친 동료 레지던트 또는 인턴 후배들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만, 사실 그 당시에는 부끄러움, 창피 그런 걸 느낄새도 없었죠. 심지어는 그 몰상실했던? (지금은 좀 나아졌길 빕니다만~) 아줌마에 대한 일말의 분노마저 느끼기 어려웠으니까요... 따라서, 제 긴 글의 결론은... 그 판사님.... 정말 생각없는 판단을 하셨다는 겁니다. 단편적인 상황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간 무수히 타본 얨뷸런스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사실 후송되는 환자분들 중에 급하지 않은 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환자도 보호자도 다들 마음 조리며 1분을 하루처럼 초조해 합니다. 이런 심정을 지금이라도 판사님들이 헤아리시길 바라면... 무리일까요??? |
출처 : 사회방
글쓴이 : 얼리버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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